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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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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163 안녕하세요? 살다 보면 늘 힘든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예견했던 긴 이별의 도래, '을'의 영혼까지 탈탈 터는 ' 갑'의 갑질,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의사전달, 실패의 가능성이 농후한 결정의 순간 -- 대부분 좋지 않은 일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혹은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또한 제 1의 이슈가 해결되는 듯하면 곧바로 제2의 이슈가 그 자리를 차지하거나 잠시 덮어 두어 잠잠했던 본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옵니다. 세상에는 흑과 백이 공존하듯이 우리가 반드시 경험하고 극복해야 하는 생활의 어두운 패턴들입니다. 이럴 때는 일단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뒤 심호흡을 하고 쿨하게 침잠의 시간을 가진 후 실행 가능한 답들을 가늠하고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다 운이..
Take 162 안녕하세요? Terry Kath는 Chicago의 창립 멤버이자 Jimi Hendrix조차 경의를 표현한 기타리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Terje Rypdal은 John Abercrombie와 같은 거장과 함께 ECM 레이블에서 음반을 낼 정도로 뛰어나지만 저평가된Underrated 재즈 기타리스트입니다. Korn의 데뷰 앨범 Blind에서 발표한 Daddy는 프론트 맨인 Jonathan David이 경험한 아동 학대에 대한 처절한 절규이자 완성도가 높은 노래이지만 다른 히트곡들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Eric Clapton의 인간적인 면모와 독창성, 또 다른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의 14번째 앨범 Reptile도 늘 잔..
Take 161 안녕하세요? 재즈는 록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Steely Dan, Mahavishnu Orchestra, Phish, Soft Machine 같은 퓨젼 재즈 록 밴드들뿐 아니라 Rod Stewart, Peter Buck(REM), Lars Ulrich(Metallica), David Bowie, Bonnie Raitt, Keith Richard(Rolling Stones), Lou Reed(Velvet Underground) 등 여러 하위 장르의 록과 팝 뮤지션들은 골수 재즈 팬들입니다. 특히 Miles David이나 John Coltrane 등 재즈 뮤지션들의 작곡과 연주방식은 많은 록 뮤지션들의 음악 세계에 영감을 주었으며 역으로 Jimi Hendrix는 재즈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Take 160 안녕하세요? 우리는 종종 ‘Post’라는 접두어(주로 ‘후기’, ‘탈’ 등으로 번역)가 붙은 단어들을 만나게 됩니다. 후기 인상파(미술), 후기 낭만주의(고전 음악), 포스트 구조주의(철학). 포스트 모더니즘(문학)----이전의 것에 대한 한계점을 스스로 비판하고 한 걸음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펑크Post Punk는 펑크의 정신을 이어받되 그 단순성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적 감각, 실험적인 태도, 사운드의 질감, 음습한 분위기, 무표정한 전자음, 복잡한 가사, 불편한 파격, 생뚱맞은 댄스 리듬 등을 끌어들여 록 음악의 경계를 더 멀리 확장시켰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훗날 노이즈 록, 인더스트리얼 록, 포스트 록, 댄스 펑크, 얼터너티브 록,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등 펑크..
Take 159 안녕하세요? 우리는 분석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철학, 과학, 의학, 경제 심지어 문학까지도 사물과 행동을 잘게 나누어 들여다보고 그 구성 요소와 순서Sequence를 파헤치며 거기서 힌트를 얻어 또 다른 사상과 물건들을 새로이 만들어내거나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해 왔습니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필수적인 비즈니스 툴이 되었으며 음악 감상에서도 이런 분석적인 경향이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간과되기 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의 유기적인 조화와 연속적이며 이음새 없는 흐름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 골퍼의 스윙을 쪼개어 분석하지만 그 동작들은 몸의 여러 부분이 거의 동시에 연계되어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에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오늘은 그 전체를 받아들여..
Take 158 안녕하세요? 많은 전문 분야에는 숙련도에 따라 급수가 존재합니다. 바둑, 무술 등은 물론 공직과 각종 자격증에 난이도와 완성도를 기준으로 그 우열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기타리스트들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바 대략 거장/대가/Virtuoso (예: 지미 핸드릭스), 초고수/Super Master (예: 킴 시몬스), 고수/달인/Master, 중급자, 초보자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떤 록 기타리스트 관련 책자의 부록에서 500여명의 초고수 기타리스트 이름이 작은 활자로 두 쪽에 걸쳐 나열된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간의 실력 차이는 백지 한 장이고 그 성공 여부는 운칠기삼運七技三에 불과하며 단지 스타일의 다름만이 존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대단한 ..
Take 157 안녕하세요? 각종 교육으로 인해 틀에 박힌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에 길들여진 우리는 가끔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던 내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슬에 묶여 왔었기에 성장 후에도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는 코끼리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비교적 최근 미국의 인디 록 비평 사이트인 피치포크Pitchfork는 2023년 Best New Albums의 하나로 한국의 일인 인디 뮤지션인 ‘파란노을’의 앨범 을 선정하였습니다. 그가 우리나라의 척박한 음악적 환경에서도 철 지난 슈게이징 음악을 자신의 스타일과 새로운 시대 조류로 업그레이드하며 홀로 창작과 연주를 한 점을 높이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동시에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은 채 온전히 음악..
Take 156 안녕하세요? 어두운 색들이라도 모두 한결같이 우울하거나 슬프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진보라, 버건디(암적), 다크 그레이, 네이비 블루는 각각 위엄, 신비, 진지, 고귀함의 의미를 가진 어두운 색들입니다. 어두운 노래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위기의 색과 결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잘 표현한 대표적인 밴드로는 로버트 스미스가 이끄는 큐어(The Cure)를 들 수 있습니다. 그들의 초기 앨범인 (1980년)에서는 차가운 감청색 어두움, 1982년 앨범인 에서는 공격적인 검붉은 어두움, 중기 앨범인 (1989년)에서는 감성적이고 친화적인 유황색 어두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도 고딕 록, 블랙 메탈, 둠 메탈, 슬로우코어, 이모, 슈게이징, 인더스트리얼 등의 하위 장르들의 수많은 뮤지션들은 자신만의 어두운..